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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인 콜레스테롤은 병명이 아니다. 어쩌다 몸에 들어온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니고, 우리에게 찾아온 질병은 더더욱 아니다. 암처럼 DNA가 변형되어 우리를 위협하는 물질도 아니다. 그저 듣는 순간 거부감이 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 가운데 하나다. 없으면 죽는다. 우리 몸에서 쓰이는 콜레스테롤은 다음과 같다.
- 뇌의 90%가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다.
- 몸의 모든 세포를 감싸고 있는 세포막(특히 근육)이 콜레스테롤이다.
-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막의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다.
- 성호르몬,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다.
이처럼 하는 일이 많고 중요하다 보니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직접 만든다. 우리의 첫 번째 오해는 해롭다는 것이고, 두 번째 오해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생성되며, 우리가 달걀노른자나 새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콜레스테롤의 85% 정도가 간에서 만들어지고 15% 정도만 음식으로 충당되는데,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간이 그만큼 덜 만들어낸다. 즉 체내 콜레스테롤의 양은 먹는 음식으로 조절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위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다. 먹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몸이 필요한 만큼만 간이 알아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콜레스테롤 섭취 가이드라인이 없어졌다. 5년마다 발행하는 미국영양학회의 <식사 지침 가이드라인(Edition of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2015)에서는 '위험 영양소' 리스트에서 콜레스테롤을 제외했다. 지금까지 콜레스테롤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들먹거리던 미국영양학회의 식사 지침 가이드라인에서 사라진 것이다. 미국영양학회는 그동안 하루 콜레스테롤 섭취량을 300mg 이하로 제한해 왔다. 300mg은 달걀 한 개에 들어 있는 정도의 분량이다. 1961년 미국심장협회에 의해 고정 위험 요소로 분류된 이래 60년 만에 불명예를 벗으면서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과 고지혈증, 심장마비, 혈관 질환의 상관관계가 없어졌다.
수십 년간 잘못된 가이드라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지방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가공식품에서 지방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과당이 매웠다. 지방 대신 맛을 내기 위해 가공된 과당의 사용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은 지방보다 훨씬 파괴적인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방간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지방을 많이 먹어야 지방간이 생길 것 같은데, 당분이 지방간의 원인이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몸이 액상 과당이나 콘시럽 같은 가공 당을 처리하는 방법은 알코올(술)을 처리하는 방식과 같다. 일반 포도당은 몸의 모든 부위에서 처리되고 사용이 가능하지만, 과당은 전부 간으로 간다. 과당을 이동시키는 효소가 간에만 있기 때문이다. 즉 과당 처리를 많이 하면서 간은 무리를 하게 되고, 그래서 비알코올성 지방산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술도 안 마시는 지방간 환자들이 급증한 것이다. 물론 비만, 당뇨, 심장병 모두 함께 증가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스타틴 약물의 부작용
콜레스테롤은 간에서 생성된다고 했다.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은 간이 콜레스테롤을 합성하지 못하도록 막는 약이다. 그러니 간에 좋을 리 있겠는가? 필연적으로 간에 무리가 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스타틴 약물 복용자는 몇 개월에 한 번씩 간 수치 검사를 해야 한다. 그렇게 관리해 가며 약을 복용하니 무척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눈엔 야만적으로 보인다. '정말 그 방법밖에 없는 거야?' 단순히 간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간암의 위험도 더불어 증가한다.
코엔자임 Q10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심장마비를 예방한다. 스타틴 약물을 복용하는 이유도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스타틴 약물이 코엔자임 Q10의 합성을 방해한다. 둘 다 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콜레스테롤과 코엔자임 Q10은 동시에 만들어진다. 비유하면 밀가루 반죽을 해서 떡도 만들고 국수도 만들어야 하는데, 반죽 자체를 억제하다 보니 떡도 못 만들고 국수도 못 만드는 셈이다.
결국 심장마비를 예방하려고 먹은 스타틴 약물이 코엔자임 Q10의 수치를 낮춰 오히려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래서 요즘은 스타틴 약물과 코엔자임 Q10을 함께 처방한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스타틴 약물 표면에 코엔자임 Q10이 코팅되어 나온다.
간에도 무리가 가고, 심장마비 예방에도 별 효과가 없다면 스타틴 처방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콜레스테롤 이론은 최근 들어 많은 질문과 도전을 받으며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서 우리 뇌를 이루는 90%의 성분이 콜레스테롤이라고 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을 억지로 낮춘다면?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중반, 스타틴 시판 이후 실제로 치매 환자가 급증했다. 일반인들도 알츠하이머란 단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 되었다. 스타틴 장기 복용자들은 당장 치매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머리의 멍한 느낌이나, 건망증이 심해지는 것을 호소한다. 알츠하이머뿐만 아니라 파킨슨 위험도 증가한다.
스타틴 약물은 근육통과도 관련이 있다. 세포를 감싸고 있는 세포막과 근육의 막을 형성하는 것 역시 콜레스테롤이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이 부족하면 가벼운 경우 근육통이, 심각한 경우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이 발생한다. 횡문근융해증은 근육이 녹아내리는 질병이다. 녹아내린 근육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신장이 막힐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막도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억지로 낮추다 보면 신경통이 발생한다. 밤늦은 시간 손발이 저리고, 아픈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노인들 상당수가 스타틴 약물 부작용 때문이다.
남성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작용 가운데 하나는 발기부전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주성분 역시 콜레스테롤이다. 약물을 통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 자연히 성욕이 감퇴되고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어디 가서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며 함부로 떠들 일이 아니다. 스타틴을 복용한 지 10년이 넘었다면 사실상 발기부전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래서 비아그라가 등장했다. 1980년대 중반 콜레스테롤 저하제의 처방이 시작되고 10년 후에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출시됐다. 스타틴 약물 시장점유율 1위인 리피토를 생산하는 화이자의 히트 상품이다. 스스로 추가 고객을 창출해 내는 제약 회사의 창조경제(?)라 할 수 있다.
이상의 부작용을 살펴보면 가볍게 여길 만한 것들이 아니다. 매우 흔한 부작용들이다. 문제는 환자들이 스타틴 약물 부작용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약을 먹고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장기간 복용했을 때 서서히 나타나는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치매, 근육통, 신경통, 발기부전... 모두 약물 부작용이라기보다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약 설명서에 다 열거된 부작용들이지만, 처방 당시 병원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다 보니 환자들로서는 놓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부작용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부작용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실보다 득이 크기 때문에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스타틴을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작용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약들이 늘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처방약의 가짓수만 늘어날 뿐이다. 야만적이고 미개한 환원주의적 대증요법으로 접근한 결과다.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약 판매가 늘어 매출이 늘어나니 좋지 아니한가? 제약 회사만 더 부유해지고 더 권세를 갖게 되는 굴레에 빠져 있다. 의사들의 역할은 축소되었고 진정한 패자들은 환자들이다.
콜레스테롤은 그동안 의학 용어라기보다 마케팅 용어로서의 기능을 더 충실히 수행해 왔다. 대다수 사람이 콜레스테롤을 건강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동안 자행된 의료 마케팅의 결과다. 흔히 레드 콤플렉스 때문에 '사회주의는 무조건 나쁘다'라고 학습되어 온 것과 유사하다.
콜레스테롤 기준치는 누가 정했을까? 신이 정해준 것도 아니고 빅데이터를 통해 정한 것도 아니다. 이 모든 일들은 사람이 정한다. 9명의 박사가 정했는데,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그 가운데 7명이 제약 회사와 금전적인 문제로 얽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콜레스테롤 정상 수치가 철회되거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 저하제는 베스트셀러 약물로 장기간 판매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2013년 1월 <포브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화이자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가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으로 이름을 올렸다. 최고 매출을 기록했던 2006년에는 한 해에만 127억 달러어치가 팔렸으니, 한화로 환산하면 12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대한민국 국방 예산 3분의 1에 가까운 숫자다. 제약 회사 전체 매출이 아니라 단지 콜레스테롤 저하제 브랜드 하나의 매출이다. 다른 제약 회사에서 나오는 경쟁 제품들까지 합치면 열 종류가 넘는다. 이는 항생제와 더불어 가장 남용이 심각한 약물 가운데 하나다. 200명을 5년간 복용시켰을 때, 그 가운데 1명이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수준이니 그것을 과연 '약효'라고 부를 수 있을까?
중세에는 사혈(bloodetting)이 성행했다.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 뇌에 구멍을 뚫고, 정신과 치료를 위해 전기 고문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리석어 보인다. 그러나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간에 무리를 주어 콜레스테롤을 억지로 낮추는 지금의 치료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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