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칼로리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 칼로리가 어디에서 왔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똑같은 100칼로리라 해도 지방, 설탕, 단백질의 100칼로리가 모두 다르다. 가공식품의 100칼로리는 두말할 것도 없다.
칼로리에만 집중하다 보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호르몬이다. 호르몬 컨트롤이 안 되면 살을 빼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호르몬은 우리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다스린다. 내 안에 헐크도 있고, 로맨티스트도 있고, 아이를 키우는 사랑, 모성애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 전에 의도치 않게 다중 인격이 되어버리는 그런 것들이 다 호르몬이 하는 일이다. 출산 후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호르몬이 하는 일이다. 출산 후 살이 찌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호르몬 변화가 많아져서 생기는 일이다. 자궁과 골반이 벌어져야 하고, 젖이 나와야 하고, 아이한테 강한 애착이 생겨야 하는데, 이것을 다 호르몬이 하기 때문이다. 호르몬은 엄청난 일들을 해내지만 불과 몇 방울에 불과한 극소량으로도 충분하다. 무서운 존재다!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잠, 스트레스, 먹는 음식(재료가 있어야 호르몬을 만드니까), 운동 등이 있다. 그중에서 운동이 가장 영향력이 적다.
그러면 어떻게 호르몬을 극복, 관리할까? 강남에 있는 메디컬 부티크나 성형외과, 피부관리실 같은 데 가서 호르몬 주사를 맞으면 될까? 주사를 통해 함부로 호르몬 체계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접근이 아니다. 호르몬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르몬을 관리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내분비 계통은 자율신경계여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먹는 음식과 생활 습관을 통해 호르몬 분비와 억제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살이 찌고 빠지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디포넥틴(adiponectin)이라는 호르몬이 있다. 우리 편이다. 이 말은, 우리 몸이 이 호르몬을 충분히 분비하지 못할 경우 살이 찐다는 뜻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혈중 아디포넥틴 농도가 높을수록 날씬하고, 살찐 사람들은 이 호르몬 수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살이 찔수록 이 호르몬의 분비도 낮아져서 한번 찌기 시작하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한번 살이 찌면 빼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아디포넥틴을 늘리는 방법은 있을까?
간단한 방법이 있다. 마그네슘 섭취를 늘리는 것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영양제이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음식으로는 호박씨와 잎 푸른 채소에 많이 들어 있고, 견과류와 해조류에도 많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간헐적 단식을 통해 아디포넥틴의 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두 번째 호르몬은 그렐린(ghrelin)이다. 일명 '공복 호르몬'이라고 해서, 밤늦게 냉장고에 달려가게 하거나 배달 음식 시켜 먹게 하는 호르몬이다. 악당이다. 특히 밤늦은 시간, 최악의 시간대에 왕성해지는 식욕의 주범이다. 뭐든 한 가지 먹고 싶은 음식에 꽂히게 만드는 식탐의 원인이다. 그렐린은 뇌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음식 중독... 특히 단 것, 단 음식 중독을 야기한다. 그렐린 분비가 증가하면 살을 빼는 것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
우리 몸이 며칠 굶으면 그렐린이 엄청나게 분비되어 아무리 비위 약한 여성이라도 쥐도 잡아먹을 수 있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무작정 덜 먹는 다이어트나 대책 없이 굶으려는 시도는 이 호르몬 때문에 망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레린 분비를 낮추는 법은 간단하다. 잠이 모자라면 그렐린 분비가 상승한다. 따라서 하루에 6~8시간 수면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아침에 카페인이나 에너지 드링크로 시작하면 절대 안 된다.
그렐린과 정반대되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 있다. 바로 렙틴(leptin)이다. 일명 '식욕 억제 호르몬'이다. 다이어트하는 입장에선 고마운 호르몬이다. 왠지 어감부터 레빈은 '캡틴 아메리카'를 연상시키면서 우리 편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고, 반대로 그렐린은 이름에서부터 악당의 향기가 난다. 그래서 외우기도 쉽다.
처음 렙틴의 존재를 발견했을 때, 렙틴을 복용하거나 주사해서 식욕을 억제시키는 방안이 연구되었다. 그렇지만 인위적으로 렙틴을 주입했을 때 식욕 억제 효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렙틴 수용체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호르몬들은 주로 이런 식이다. 즉 현재로서는 인위적으로 렙틴의 양을 늘릴 수 없다. 그렇지만 렙틴의 분비를 막을 수는 있다. 가공식품의 감미료로 사용되는 콘시럽 즉 액상 과당을 먹으면 렙틴의 분비를 막기 때문에 먹은 뒤에도 여전히 배가 고프게 된다. 식품업계가 뒤늦게 이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사람들이 먹고 나서도 배가 고파 음식을 더 찾는다니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셈이다.
그렐린과 렙틴 수치가 동시에 높을 수는 없다. 하나가 높아지면 다른 하나는 낮아진다. 많은 호르몬들이 이런 식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다. 둘의 수치는 동시에 올라갈 수 없고, 상호 균형을 이룬다. 에스트로겐은 살을 찌우고,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을 키운다.
살이 찌고 빠지는 데 직접적으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호르몬은 인슐린이다. 당뇨병으로 유명한 바로 그 호르몬이다. 인슐린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이 문제다.
포도당은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혈관에 있으면 안 되는 영양소다. 염증을 일으켜 혈관 벽을 망가뜨리고, 신장 모세혈관에 끼면 신부전을 일으킨다. 발의 모세혈관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족부 괴사, 눈의 모세혈관에선 망막 손상을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 몸은 혈관에 포도당이 돌아다니면 그것을 빨리 치워버리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는데, 그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어떻게 해서든 혈관의 포도당을 처맇야 하므로, 사용하지 못하고 남아도는 포도당을 간이나 지방세포에 밀어 넣는다. 인슐린이 살을 찌우는 것은 맞지만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인슐린 저항을 되돌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굶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통해 인슐린 저항을 되돌릴 수 있다.
사과식초나 감식초도 도움이 된다. 화학 식초가 아닌 직접 발효해서 만든 진짜 식초만 해당된다. 인슐린 저항이 있는 환자들이 고탄수화물 식사를 할 때 식초를 같이 먹으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혈당약을 먹는 당뇨 환자도 고려해볼 만한 것이, 처방약과 비교했을 때 아무런 손색이 없다. 부작용도 없기 때문에 더 안전하다.
마지막 호르몬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잘 알려진 코르티솔이다.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과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증가하는 호르몬이다. 순간적으로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 몸의 기능을 반짝 끌어올리는 요긴한 호르몬이지만 현대인의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리가 보통 겪고 있는 스트레스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건강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그리고 호랑이에게 쫓겨 달아날 때와 같은 폭발적인 운동량이 동반되어야만 코르티솔이 해소되는데, 현대인들은 그런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당연히 만성적으로 코르티솔 증가 상태에 놓이게 된다.
만성적인 코르티솔 증가는 몇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첫째가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식욕이 함께 증가하는 것이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바로 그 예다.
둘째,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근육을 파괴한다. 근육이 파괴되면 지방 대비 근육량이 낮아져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기초대사량 저하로 인해 살이 찐다.
셋째, 코르티솔은 유난히 복부 지방을 증가시킨다.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함께 증가하는데, 에스트로겐 역시 살을 지우는 호르몬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지방이 많은 이유다. 그런데 유난히 배에만 살이 찌게 된다. 반대로 복부 지방이 많으면 코르티솔도 더 많이 분비하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배가 나오는 데 가속도가 붙는다.
다행히 코르티솔 역시 돈 안들이고 낮추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운동이 그중 하나고, 또 다른 방법은 복식호흡과 명상이다. 스트레스를 낮추기 때문이다. 다양한 복식호흡이 존재하지만,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그냥 앉아서 코로 천천히 4초간 숨을 들이마신 후, 숨을 멈추고 배까지 삼켰다 2초간 입으로 내쉬고, 3초간 정지한다. 이것을 8번 반복한다. 이런 간단한 복식호흡법이 스트레스 반응을 리셋시킨다. 뇌호흡이나 명상 같은 것들도 다 비슷한 이치다.
지방이 아니라 탄수화물
최근 저탄고지 식단이 화제가 되면서 지방 섭취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살찌는 걸 떠나서 지방은 안전한 걸까? 일반 대중이나 전문가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영양 상식 중 하나가 포화지방이 심장병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식품업계에서는 수많은 저지방, 무지방 제품들을 출시했고, 날개도 없는 닭가슴살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그러나 사실상 지방에 관련된 초기 연구들은 잘못된 연구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배부분이었다. 관찰 실험이나 동물 실험만 하고 결과를 얻었는데, 포화지방이 심장마비의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저지방,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건강식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효과는 어떨까?
가장 유명한 연구는 미국의 '여성 건강 계획(The Women's Health Initiative)' 보고서에서 진행한 것으로, 4만 8천 83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쪽은 저지방 식단, 다른 한쪽은 일반 식단을 먹도록 하고 8년 동안 추적한 결과, 체중은 저지방 식단을 택한 쪽이 겨우 450g 가벼웠고, 정작 중요한 심장마비와 암 발병률은 똑같았다.
살찌는 것보다 심장마비, 고혈압이 더 큰 문제인데, 2016년까지 발표된 76개의 논문(18개국의 6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함)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포화지방 섭취는 심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음식으로 보면 심장병의 주범은 빵, 떡, 국수 같은 밀가루 및 쌀 음식과 밥, 설탕 그리고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튀김류와 가공식품이다. 이 삼박자를 갖춘 최악의 음식이 도넛과 빵이다.
최근 들어 저탄고지 붐이 일면서, 사람들이 지방보다 탄수화물을 더 경계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그리고 지방이 해로운가, 탄수화물이 해로운가 하는 논쟁도 벌어졌다. 의사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과연 뭐가 더 위험할까?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쪽 그룹의 쥐에게는 당만 줬다. 그러나 당뇨가 생기지 않았다. 다른 그룹은 지방만 줬다. 역시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거나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쥐들은 당이나 지방에 상관없이 적당량을 먹다가 멈추었다. 쥐가 본능적으로 알아서 먹는 양을 조절한 것이다. 지방만 준 쥐는 심지어 당분만 준 쥐보다 덜 먹었다. 지방이 열량과 영양이 높으니까 알아서 적은 양을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쥐에게 치즈 케이크를 주면 멈추질 못하고 계속 먹었다. 치즈 케이크는 당과 지방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비율로 섞어주자 조절 능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뇌에 쾌락으로, 마약 중독처럼 작용하는 것은 적절한 비율로 섞인 지방과 당분이다. 그리고 쥐에게서 당뇨와 콜레스테롤 문제가 모두 발생했다. 5:5의 비율, 그리고 이왕이면 트랜스지방, 대부분의 가공식품이 이 비율을 고려해서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맛있으니까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알았든 몰랐든 식품업체가 의도하는 바는, 사람들이 중독돼서 계속 먹으면 좋은 것이다. 그게 뭐 악마적인 생각도 아니고, 음식 파는 회사라면 당연한 바람이 아닐까? 맛있는 과자, 라면 만들어주는 회사를 굳이 악마화할 생각은 없다. 그냥 자연스러운 이치다.
누군가가 "아, 스트레스 받는다! 단것이 당겨!"라고 할 때, 설탕만 퍼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먹으라고 해도 못 먹는다. 정작 백설탕 한 사발에 숟가락 주며 먹으리고 하면, 구토가 나와 못 먹을 게 뻔하다. 버터만 먹으라 해도 마찬가지다. 한두 조각은 먹겠지만 많이 먹을 수 없다. 그러나 적당한 비율로 섞고, 거기에 소금까지 섞이면 정말 많이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실은 가공식품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가공식품이 우리를 살찌우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며, 대사도 똘어뜨리는 것이다. 게다가 가공식품들에는 발암성 가득한 식품첨가물도 잔뜩 들어 있다.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입장에서 다르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우리 병원의 당뇨, 고혈압, 비만 환자들은 모두 가공식품부터 금지시킨다. 20대 초반인 경우에는 가공식품 먹으면서도 그러저럭 살이 빠진다. 건강해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체중 감량이 일어난다. 그런데 40대 후반에 대사 증후군 있는 환자라면, 가공식품 먹으면서 아무것도 안 된다. 살도 안 빠지고 당뇨나 고혈압도 당연히 개선될 수 없다.
한국에는 현미채식 식단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제법 있다. 일명 '베지 닥터'다. 현미채식이 효과 있는 이유가 다 있고, 저탄고지가 효과 있는 다 있다. 현미채식이나 저탄고지를 선택하기 전에 가공식품 끊고 진짜 음식을 먹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탄수화물이 해롭네, 지방이 해롭네, 이런 것들로 논쟁하지 말고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먹어보면 좋겠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해봐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전혀 위험하지도 않고, 부작용도 없으며, 혈관 질환, 당뇨, 고도비만 등이 있는 환자들이라도 누구나 다 시도해볼 수 있다. 그만큼 안전하다. 적어도 편의점에서 사먹는 가공식품보다는 훨씬 안전하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 건강 상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이어트에 관한 4가지 잘못된 속설 (0) | 2025.05.22 |
---|---|
비만: 영양 과다가 아니라 영양 결핍 (5) | 2025.05.16 |
우울증: 마이클 잭슨과 휘트니 휴스턴 (4) | 2025.05.15 |
요로 결석: 재발의 아이콘 (2) | 2025.05.12 |
갑상선 질환: 과잉 진료의 대표적인 비극 (3) | 2025.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