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의사들에게 "비타민이 효과가 있느냐?"라고 물으면 다양한 답변을 듣게 된다. 많은 의사가 효과가 없다고 단언할 것이고, 일부는 장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끄덕일 것이다. 극히 일부만 매우 중요하다면서 열정적으로 지지한다. 의대 교육 과정에서 비타민, 미네랄, 자연치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제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든 질병 치료의 접근 방식은 처방약과 시술뿐이다.
내가 미국에 사는 괴짜 닥터여서 약물 대신 영양소를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독성을 가진 화학 약물보다는 영양소를 처방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영양소와 자연치료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돌팔이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환자들의 몫이다. 약물 남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지만, 비타민 과다 복용으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18년 동안 의료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단 한 건도 접해본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진료하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는 구경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
비타민 VS 처방약
환자분들로부터 흔히 듣는 질문이 있다.
"비타민을 많이 먹어도 괜찮나요?"
비타민도 약 아니냐는 것이다. 처방약을 많이 먹는 것이 싫어서 나를 찾아왔는데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가짓수가 많다 보니 은근히 걱정되어 물어보는 것이다. 알약이나 캡슐에 들어 있는 것이 모양도 비슷해서 어르신들 보시기엔 비타민이나 미네랄이나 혈압약이나 당뇨약이나 모두 다 같은 '약'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의약품과 보충제는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차단제' 혹은 '억제제'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대사를 가로막아 약물이 원하는 효과를 내도록 하는 물질들이다. 예를 들어 혈압약은 '베타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하는 식이고,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이다. 대부분 우울증 치료제도 세로토닌 신경전달 물질의 재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반면 대부분 비타민이나 미네랄 영양소들은 촉진제이다. 촉진제가 무슨 뜻일까? 대표적인 예가 호모시스테인에 작용하는 비타민 B군이다. 호모시스테인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혈중 호모시스테인 레벨이 높으면 심장마비, 대장암,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한다. 호모시스테인이 증가하는 이유는 호모시스테인이 시스테인 단계를 거쳐 메티오닌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전환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원인은 영양 결핍이다. 엽산, 비타민 B6, 비타민 B12가 부족할 경우 전환이 일어나지 않고 호모시스테인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에 혈중 호모시스테인 레벨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엽산, 비타민B6, 비타민 B12는 차단제가 아닌 촉진제 역할을 하며 빠른 전환을 촉진해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촉진제와 차단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안전성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들은 처방약에 비해 안전 폭이 크다. 당장 혈압약을 30알 삼키면 응급실에 실려갈 수도 있지만, 비타민은 그렇지 않다. 비타민 C의 하루 권장량은 100mg에 불과하지만, 1,000mg 단위의 제품이 즐비하고 하루 1,000mg 단위로 먹는 고용량 요법도 있다.
"비타민이 몸에서 하는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타민이란 어원은 생명에서 왔다. 결핍되면 죽는 물질들이다. 대항해 시대에 단순히 비타민 C와 비타민 B의 존재를 몰라서 수많은 선원이 목숨을 잃었다. 결핍을 예방하면 목숨을 살릴 수 있고 메가도스로 다량을 복용하거나 주사했을 때 또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비타민과 미네랄 같은 영양소이다. 그러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안전하다.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사용해 왔던 자연물질들이기 때문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영양소가 결핍된 상태에서는 건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 당뇨나 고혈압이 개선될 리 없다. 자궁과 난소의 혹을 아무리 떼어내도 다시 생겨난다. 채소를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느냐, 보충제를 복용하느냐는 다음 문제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영양 상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거나 영양에 대해 무지해서는 안 된다. 영양소의 중요성은 이제야 뒤늦게 주목을 끌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계속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와 폴리코사놀을 직접 비교한 실험 따위는 없을 것이다. 아스피린과 오메가3 지방을 비교한 연구도 없을 것이다. 비타민과 자연 보충제들은 특허가 불가능하다 보니, 그런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확정적 연구가 없다!" 자연치료를 비판하는 회의론자들이 주로 공격하는 부분이다. 다행인 점은 비타민의 효과를 확인해 주는 연구 논문들이 수천 건 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심이 없을 뿐이지 결코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와 부분
나는 개인적으로 특정 영양소 한 가지의 장점을 부각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론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영양소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사들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을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거짓말도 아니지만, 정확한 정보도 아니다. 칼슘을 먹어도 칼슘이 뼈에 흡수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칼슘이 뼈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마그네슘, 비타민 D, 비타민 K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칼슘이 부족한 것인지, 비타민 D가 부족한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다른 예로 당뇨약을 꾸준히 먹고 있는데도 당화혈색소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고민하는 환자가 내원했다. 흔히 간과하는 원인 중 하나가 피리독신이라는 비타민 B6의 결핍이다. 그렇다면 간단히 비타민 B6를 복용하면 해결될까? 비타민 B6를 아무리 복용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연 결핍이 있을 때 그렇다. 아연이 부족하면 비타민 B6의 활성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식당 벽에 걸린 '굴의 효능' 같은 안내판에 이렇게 적혀 있을 수 있다. "굴에는 아연이 풍부해 남성 정력에 좋으며 노화 방지, 당뇨병을 예방한다." 한발 더 나아가 당뇨병 합병증도 열거할 수 있다. "신부전, 심부전, 녹내장, 신경 손상을 예방한다."라고 적혀 있다면, 이는 거짓말도 아니지만 정확한 설명이라고도 할 수 없다. 어떤 특정 영양소가 의약품처럼 단독적으로 효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식단 안내판에 걸린 내용처럼 사용되거나 묘사될 수 없다.
그래서 영양제 복용을 (특히 환자들의 경우) 혼자 시도할 것을 권하지 않는다. 복잡하기 때문이다. 영양학을 공부한 의사들, 기능의학을 잘하는 의사들을 찾아가 상담할 것을 권한다. 건강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라고 확신한다.
출처: <환자 혁명> - 닥터 조한경
www.DrJoshuaCho.com
'= 건강 상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상에 따른 필요 영양소: 노화 방지 (0) | 2025.03.06 |
---|---|
증상에 따른 필요 영양소: 대상포진 (0) | 2025.03.05 |
증상에 따른 필요 영양소: 이명, 난청 (0) | 2025.03.04 |
증상에 따른 필요 영양소: 만성중이염 (0) | 2025.03.02 |
증상에 따른 필요 영양소: 손발저림 (0) | 2025.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