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질병은 크게 감염성 질환과 대사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은 주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고, 전염을 통해 옆 사람에게 확산될 수 있는 질병들을 의미한다. 반면 대사 질환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암처럼 감염이 아닌 정상적인 신체 대사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들이다.
감염성 질환은 플레밍이 항생제를 발명하고, 위생과 격리에 관한 개념이 생겨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인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왔던 질병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전염병이 확산되면 별다른 대책도 없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 두려움은 지금도 이어진다. 2015년 한국의 메르스 사태, 2009년의 전 세계적인 신종 플루 대유행(pandemic) 그리고 미국에서는 2014년 에볼라와 2015년 디즈니랜드 홍역 사태, 2016년 지카 바이러스까지 전염성 질환에 대한 보도는 늘 사람들의 공포심을 유발했다. 상업 언론 특유의 선정성과 자극성 때문인지 몰라도, 불구경하듯 자극적인 보도가 연일 쏟아졌다. 메르스 때만 해도 시시각각 늘어나는 감염 확정자와 사망자 집계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2009년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머물 때 신종 플루가 유행했다. 아이 엄마가 병원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울면서 인터뷰하는 모습이 9시 뉴스에 보도되었다. 병원에 왔는데 치료제인 타미플루(Tamiflu)가 동났다는 것이다. 당시 타미플루가 품귀 현상을 빚었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뉴스를 보며 근심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신종플루? 내년 여름 되면 아무도 기억 못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종 플루 사망자 수가 일반 계절성 독감보다도 적었다. 한국에서 계절성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0년 기준으로 약 2,370명이다. 이는 국내 전체 사망자 수의 1%에 해당한다. 미국은 1만 명에서 3만 명 정도다. 물론 건강한 사람이 독감으로 사망하지 않는다. 영유아와 노약자 그리고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이다. 독감으로 지병이 악화되거나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서 2014년 에볼라 뉴스가 터졌을 때, 그리고 2015년 초에 디즈니랜드발 홍역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언론에선 난리가 난 듯 떠들어댔고, 나는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내년 여름에 봐. 아무도 기억 못해."
다행스럽게 나의 예언(?)은 단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었다. 전염성 질환의 발병 및 확산에 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늘 드는 생각은, 언론이 그야말로 엉뚱한 내용을 보도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 뭐 하나 발표하면 언론은 그냥 앵무새처럼 떠드는 건 알겠는데, 확산율이나 유병률, 사망률 때문이라면 정말 보도해야 할 것이 신종 플루나 메르스가 아니라 당뇨와 암이다. 국내 당뇨 환자는 2010년 이미 48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당뇨 환자는 약 3억 8,200만 명에 달한다. 2013년에는 약 510만 명이 당뇨 질환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망률로만 따져도 에이즈보다 3배 가량 높다. 사람들은 에이즈만 무서운 병인 줄 알고 있는데 당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메르스는 비교 대상도 안 된다. 당뇨가 매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해도 시원치 않을 지경이다.
그렇지만 당뇨병은 옆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고 반문할 수 있다.
당뇨가 전염되지 않는다고? 나는 당뇨도 전염된다고 말한다. 지금 암, 당뇨, 고혈압은 그 어떤 전염병보다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잘못된 의료 정보, 잘못된 건강 정보 그리고 잘못된 처방과 치료 때문이다.
가족력이라는 것은 사실 부모가 자식한테 옮기는 것과 다름없다. 반드시 병원균을 매개로 해야만 옮는 것이 아니고, DNA를 통해서만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습관, 잘못된 입맛, 잘못된 가치관을 통해 그 어떤 질병보다 빠르게 전염되고 유전된다. 엄마의 입맛이 자녀에게 옮겨가고, 입맛을 따라 당뇨와 암도 함께 옮겨간다. 전염병과 무엇이 다른가? 통계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메르스보다 전염성이 더 높다. 경제적인 손실만 따져봐도 메르스보다 더 파괴적이다. 이래저래 메르스보다 더 위험하다.
그렇다면 왜 WHO는 당뇨 사태는 방치한 채 신종 플루나 지카 바이러스 같은 전염성 질환은 확대해서 언론으로 하여금 호들갑 떨게 하는 걸까? 지난 패턴을 보면 답이 나온다.
2009년 조류독감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유일한 치료제는 로슈(Roche)의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였다. 당시 엄청 많은 양을 생산하는 바람에 재고가 잔뜩 남았는데, 재고품의 유효기간이 다가오자 때마침 터진 것이 전 세계적인 신종 플루였다. 공교롭게도 치료제는 똑같은 타미플루였다. 결국 신종 플루 덕분에 재고를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로슈의 주가가 올라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타미플루 생산은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에서 하고 있지만, 미국의 바이오벤처 기업 길리아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가 개발했고, 이 기업의 회장은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부 장관이다. 타미플루는 럼스펠드, 부시, 딕 체니 가문을 떼부자로 만들어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타미플루 덕분에 럼스펠드의 자산은 1200배 증가했다.
2014년 에볼라 관련 뉴스도 드라마틱했다. 미국인 환자를 방역장치가 된 비행기에 싣고 본국으로 데려와 격리 시설된 병원에서 치료하는 모습이나, 미국 내에서도 에볼라가 퍼져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들의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방영되면서 미디어에서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급으로 센세이셔널하게 다뤄졌다.
당시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1천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전문가들이 방송에 출현해 우려를 쏟아냈지만, 막상 따져보면 매년 독감 사망자가 미국에서만 수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독감 가망자의 실시간 집계는 뉴스에 나오지 않는다. 2012년엔 전 세계 홍역 사망자가 12만 2천 명이 넘었다. WHO에서는 에볼라보다 홍역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홍역은 감염 경로라든가 병리 역학이 에볼라 바이러스와 아주 비슷하다. 재채기나 기침으로, 혹은 가까운 신체 접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전달, 감염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뉴스에 나오지도 않는다. 홍역 사망자 대부분이 위생 상태와 영양 상태가 열악한 아프리카 빈국에서 발생하고 미국에선 사망자가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제3국의 홍역이나 볼거리 사망자는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지역의 풍토병에 불과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갑자기 뉴스화되었던 걸까? 에볼라가 지역적으로 확산되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있었던 일인데, 왜 2014년에 느닷없이 미국에서 뉴스거리가 되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은 에볼라가 아니라 뉴스였다. 2011년 타미플루와 마찬가지로 에볼라 뉴스와 때를 맞춰 에볼라 치료제가 준비되고 있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바이오벤처 맵 파마수티걸(Mapp Phamaceutical)에서 지맵(Z Mapp)이라는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었고, 에볼라 뉴스가 나가기 1년 전에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혈청으로 개발하니까 약뿐만 아니라 백신도 나온다는 건데, 백신 판매를 위해선 대중의 공포가 필요했다.
2016년에는 브라질의 지카 바이러스 뉴스가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머리통이 유난히 작ㅇ느 아이들의 기괴한 사진과 함께 뉴스가 퍼져나갔다. 임신부가 감염되면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지면서 공포가 확산되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는 말은 늘 따라붙는 수식어. 미국 보건 당국이 남미와 중미 여행 자제를 권고하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브라질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모두들 흥분하고만 있을 때, 일부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8년 발견되어 학계에 보고되었는데, 지난 60년간 별 탈 없던 바이러스가 과연 2015년 말에 갑자기 늘어난 소두증의 원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역학조사 결과, 당시 브라질에서는 4,780건의 소두증 의심 사례가 보고되었고 그중 404건이 소두증으로 확인되었으며 그중 18건만 혈액검사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었다. 404건 중 17건이라면 통계적으로 무의미하다.
반면, 콜롬비아의 경우에는 3,117명의 임신부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 중 신생아 소두증 사례 보고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자 모기가 퍼뜨리는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이라 했던 WHO와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주장은 쏙 들어갔다. 그렇지만 공포는 이미 확산되었고 뒷수습에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2015년 말과 2016년 초에 급증한 소두증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가설이 제기되었다. 우선 아르헨티나 의사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피리프록시펜(Pyriproxyfen)이 들어간 물을 마신 결과로 신생아 소두증 발병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피리프록시펜은 유전자 조작 작물로 유명한 몬산토의 제휴사인 일본 스미모토 화학이 개발한 해충 박멸제다. 소두증 발병이 집중된 지역의 지방정부가 모기 유충의 성장을 막기 위해 수돗물에 피리프록시펜을 첨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피리프록시펜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용의자는 아트라진(Atrazine)이라는 제초제다. 몬산토의 라운드업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초제인데, 2011년 임신 중 노출되었을 때 소두증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위험성을 경고한 제품이다. 브라질 해당 지역 농작물에 과다 살포된 바 있어 의심을 받고 있다.
또한 영양 결핍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소두증 급증 지역 주민들은 비타민 A와 아연 결핍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A는 결핍 시 소두증을 우발한다고 밝혀진 바 있다. 아연 또한 뇌의 구성과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브라질 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한 임신부 TDaP 예방접종 의무화다. TDaP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백일해 복합백신이다. 해당 백신은 뇌염과 같이 뇌신경에 손상을 가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공교롭게도 TDaP 백신 의무접종 실시 몇 개월 후부터 신생아 소두증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임신부에게 백신보다는 비타민 A와 아연을 공급하는 게 훨씬 유익했을 것이다.
결국 소두증 증가의 원인은 모기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보다는 열악한 위생 환경, 영양실조,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TDaP 백신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금까지 사스, 조류독감, 신종 플루, 메르스, 에볼라 등 거의 해마다 애먼 바이러스나 모기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마치 온 인류가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효과도 없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하는 제약 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낳았다.
지카 바이러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지카 백신 개발을 서둘러달라고 오바마 대통령이 긴급 자금 18억 달러를 제약업계에 지원하기로 했다는 헛발질 소식에 제약주들만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늘 있는 일이다. 언론을 통해 공포가 확산될 때 제약 회사들의 주가는 급등한다. 이것이 공식이다. 공포 마케팅으로 돈을 버는 세력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WHO에서는 지카 모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맞불작전으로 유전자 조작 모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았다.
자본주의, 관료주의, 편향된 연구(agenda science)에 볼모 잡힌 보건 당국, 세계보건기구, 제약 회사와 이들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언론에 맞춰 돌아가는 현재 상황을 볼 때,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바른 시민의식과 가치 중립적이고 양심 있는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이 절실하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 건강 상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항생제: 아무리 좋아도 남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3) | 2025.06.27 |
---|---|
감기 vs 독감 vs 유사 감기: 감염성 질환에 대한 오해들 (6) | 2025.06.25 |
자가면역 질환과 아토피: 아이들 면역 시스템이 열받은 이유 (2) | 2025.06.18 |
장점막 누수 증후군: 온전한 건강 회복을 위한 첫걸음 (6) | 2025.06.12 |
조기 검진의 허와 실 (1) | 202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