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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는 대부분 허리 통증보다는 좌골신경통으로 나타난다. 사람은 매일 아침 기상하는 순간부터 허리를 사용하므로 한번 문제가 생기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쌓이고 쌓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엑스레이나 MRI는 진단에 도움이 안 된다. 압박 골절이나 악성 종양 또는 척추 결핵을 구분해내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반드시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척추암은 매우 드물다. 일반 개원의는 평생 한 번도 구경하기 어렵다. 나 역시 진료하면서 척추 결핵을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리고 굳이 MRI가 아니어도 가족력이나 과거 병력을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으므로 의심 가는 경우에만 검사해도 된다.
그렇지만 허리 디스크 환자들은 '기념사진' 찍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MRI 촬영을 한다. 문제는 MRI와 같은 검사들이 오히려 올바른 진단을 하는 데 방해된다는 사실이다. 심하게 말하면, 환자한테 수술을 팔아먹기에 좋은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말이 심한 게 아니라 현실이 심한 거다. 보통 40세 넘어 척추 MRI를 찍어보면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보인다. 거의 예외 없이 4번과 5번 사이 디스크에 문제가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주름도 늘고 흰머리도 나고 노화가 눈에 띄듯이, 척추도 노화가 진행되는데 그것이 MRI에 나타나는 것뿐이다. 디스크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삐져나왔다든가, 수핵이 마르고, 척추 간격이 줄어든 것이 관찰된다. 그러면 그걸 다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수술하고자 한다. 디스크가 튀어나와 좌골신경을 압박하는 바람에 좌골신경통이 생겼다고 설명하면서 디스크 절제 수술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그런데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 압박하는 경우보다,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주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아팠다가 나아졌다가를 반복하는 것이다. 컨디션에 따라 염증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것이지, 디스크가 혓바닥 날름거리듯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게 아니다!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로 통증을 낮출 수 있는 것도 바로 통증이 원인이 염증이기 때문이다. 디스크로 인한 물리적 압박이라면 계속해서 아파야 한다.
허리 수술을 해서 나아지는 경우는 10~15%에 불과하다.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 환자들은 70~80% 좋아진다는 설명을 듣지만, 단기적인 효과에 그친다. 90%는 1년 후 통증이 재발한다. 게다가 척추 수술 환자 중 1%는 마취 사고로 사망하거나 중증 합병증이 생겨 평생 가는 장애를 얻기도 한다. 수술 실패가 얼마나 흔한지 '잘못된 허리 수술 증후군(Failed back surgery syndrome)'이라는 진단 코드가 있다.
"척추 수술을 많이 하고 성공률이 어떻다고 자랑하는 병원은 일단 의심하면 된다. 허리 디스크의 8할은 감기처럼 자연적으로 낫는다.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에게 돈벌이를 위해 수술을 권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의 말이다. 수술을 권하는 의사들에 대해, "처음에는 양심을 속이고 한다. 그렇게 세 번쯤 반복하면 자신도 그 시술이 정말 옳다고 믿는다. 이런 시술은 보험 적용 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횟수가 뚝 떨어진다."라고 지적했다.
그럼 척추 수술이 다 쓰잘머리 없는 사기냐 하면 물론 그렇지는 않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신경이 눌리는 상태가 지속되어 운동신경까지 손상되는 증후가 보이면 그땐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그럼 어떤 증상이 운동신경 장애를 일으켜 급하게 수술을 요하는가?
- 하반신 운동 마비(혹은 근력 저하: 걷다가 넘어지거나 발 못 드는 등)
-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경우
- 사타구니에 감각이 없는 경우
이 때는 바로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반면, 예약 스케줄이 꽉 차 있다며 수술 날짜를 한 달 후로 잡아주는 경우는 수술이 반드시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척추 수술 중 5% 정도만 정당한 수술이라는 것이다.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앉은뱅이 된다."라는 식의 협박성 거짓말을 하는 의사가 있다면 다른 의사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앉은뱅이가 될지 말지는 신만이 알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적어도 의사는 모른다.
좌골신경통의 원인이 허리 디스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나이가 많아지면 척추관 협착증이 흔하다. 젊은 경우엔 이상근 증후군(piriformis syndrome)도 흔하다.
요통의 90%는 긴장성 근육 경련이 원인이다. 나이 들면 복근이 약해지고, 허벅지 뒤쪽에 있는 햄스트링 근육이 유연성을 잃는데, 그러면 허리 근육이 더 긴장해서 요통은 더 심해진다. 허리 근육이 만성적으로 지나치게 긴장되어 있다면, 디스크가 받는 압력이 올라가 디스크의 최행이나 돌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MRI를 찍으면 디스크의 돌출된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디스크가 범인으로 몰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디스크는 원인이 아닌 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수술로 디스크만 잘라내면 된다는 발상은 전형적인 대증요법일 뿐이다.
요통 치료는 반대로 하면 된다. 스트레칭을 통해 햄스트링 근육을 유연하게 만들고, 복근을 강화시키면 가장 효과적인 치료인 동시에 예방이 된다. 강한 복근과 유연한 햄스트링을 갖추면 평생 요통으로 고생할 일이 없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복근은 약하고, 햄스트링은 긴장되어 있다.
그리고 염증을 낮추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안에서 불이 났는데, 밖에서 끌 수 없다. 요통도 먹을 것부터 점검해야 한다. 염증을 유발하는 과도한 탄수화물과 당분 섭취를 근절해야 한다. 또한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도 근육 긴장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제대로 관리되어야 한다. 염증을 낮추는 식이유황, 오메가 3, 커큐민과, 근육을 이완시키는 실초근, 시계초, 마그네슘도 도움이 된다.
출처: 환자혁명 - 조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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