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 디스크는 대부분 허리 통증보다는 좌골신경통으로 나타난다. 사람은 매일 아침 기상하는 순간부터 허리를 사용하므로 한번 문제가 생기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쌓이고 쌓이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극심한 통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엑스레이나 MRI는 진단에 도움이 안 된다. 압박 골절이나 악성 종양 또는 척추 결핵을 구분해내기 위해서라면 모를까, 반드시 필요한 검사는 아니다. 척추암은 매우 드물다. 일반 개원의는 평생 한 번도 구경하기 어렵다. 나 역시 진료하면서 척추 결핵을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그리고 굳이 MRI가 아니어도 가족력이나 과거 병력을 통해 미리 짐작할 수 있으므로 의심 가는 경우에만 검사해도 된다.그렇지만 허리 디스크 환자들은 '기념사진' 찍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MRI 촬영을 한다..

요통은 감기와 함께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요통이 극심한 경우 통증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먼저 통증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통증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다들 통증을 싫어하지만 없으면 더 빨리 죽는다. 실제로 그런 환자들이 있다. 바로 당뇨병 환자들이다. 감각이 없어서 통증을 못 느끼다 보니, 발 관리를 잘못해서 당뇨 족부 궤양이 생기기도 하고, 운이 없으면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통증은 경고다. '뜨거우니 뛰어나가라!', '그만 꺾어라, 부러진다!', '피부가 시멘트 바닥에 갈리고 있다!' 등등 위험한 상황을 알려주어 적절히 대응하도록 고안된 장치다.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다.그래서 통증은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필요한 건 알겠는데 사실 좋은 건 아니다. 나쁜 게 맞다. 지..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유일한 방법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뻔한 말 같지만 가장 확실한 치료다. 그리고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방법이다. 약물은 생활 습관 교정을 이길 수 없다. 절대로! 그렇지만 현대 의학에서는 심장 질환을 규정하는 패러다임이 따로 있다. 패러다임은 굳건한 믿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현대 의학은 심장 질환의 원인을 관상동맥의 배관 문제로 바라본다. 그 패러다임 위에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심장 질환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을 에워싸고 있는 관상동맥 일부가 막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진단 영상 기술로 막힌 곳을 찾아내고, 발달된 수술 기술로 막힌 곳을 찾아 관상동맥 우회술이나 스탠트 삽입 또는 혈관 성형술로 막힌 곳을 뚫는 것이 주된 ..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괜찮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콜레스테롤은 몸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멀쩡하던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했다면 이는 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당연히 약물로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볼 일이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봐야 한다. 그냥 잘 살다가 나이가 50이 넘어가면서 갑자기 간의 활동이 왕성해져서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들어낼 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을 리도 없다. 콜레스테롤이 높아졌다면 가장 먼저 점검해보아야 할 두 가지가 염증과 스트레스다.콜레스테롤은 세포벽을 형성한다고 했다. 간이 콜레스테롤 생성을 증가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손상된 세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콜레스테롤은 손상된 세포벽을 보수하고 염증을 낮춘다. 특히 혈관에 염증과 상..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단어인 콜레스테롤은 병명이 아니다. 어쩌다 몸에 들어온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니고, 우리에게 찾아온 질병은 더더욱 아니다. 암처럼 DNA가 변형되어 우리를 위협하는 물질도 아니다. 그저 듣는 순간 거부감이 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 가운데 하나다. 없으면 죽는다. 우리 몸에서 쓰이는 콜레스테롤은 다음과 같다. 뇌의 90%가 콜레스테롤로 이루어져 있다.몸의 모든 세포를 감싸고 있는 세포막(특히 근육)이 콜레스테롤이다.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막의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다.성호르몬, 특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주성분이 콜레스테롤이다. 이처럼 하는 일이 많고 중요하다 보니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직접 만든다. 우리의 첫..

당뇨의 원인이 고혈당이 아닌 것처럼 고혈압의 원인 역시 높은 혈압이 아니다. 고혈당이 증상에 불과하듯 고혈압도 증상일 뿐이다. 물론 유전적으로 혈압이 높은 경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흔치 않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만 제거하면 쉽게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아니, 어렵고 쉽고를 따질 일이 아니다. 원인이 되는 것들을 확인하여 삶에서 제거하는 것은 병원 치료와 별개로 환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혈압약을 처방하는 의사들도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만 환자들이 철저하게 잘 지키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뿐이다.그렇다면 점검해 볼 만한 고혈압의 원인들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대사 증후군의 원인이 인슐린 저항이다 보니 대사 증후군 환자는 혈..

당뇨병을 둘러싼 가장 큰 문제는 당뇨병을 만성 질환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아서 복용해본 환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겪는다. 일단 약을 복용하면 초기에 혈당이 떨어진다. 보통 6개월 정도 약효가 지속된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면서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면 혈당이 다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면 의사는 또 다른 약을 추가로 처방한다.진료실을 찾는 당뇨 환자들 중에는 10년 혹은 15년 이상 당뇨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의 대다수가 처음에는 메포민 하나로 시작했다가 메포민과 글리부라이드를 함께 복용하게 되고, 서너 개 약물의 칵테일 요법으로 늘어나다 급기야 인슐린을 처방받는다. 그리고 인슐린 양은 갈수록 점점 증가한다. 당뇨 환자가 메포민 하나를 복용하고 있다면 초기 당뇨이..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고 유연하게 가공하는 데 가소제(plasticizer)로 사용된다. 또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s)이라고 해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 흉내를 내는 환경호르몬이다.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뱃살을 찌우는 주범이기도 하다.실제로 에스트로겐은 소를 키울 때 살을 찌우기 위해 주사하는 호르몬이다. 당연히 뱃살이 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영양소 흡수와 대사를 방해하여 당뇨의 위험을 높이고, 에스트로겐과 관련된 암 위험도 증가시킨다.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전립선암, 고환암... 모두 예전에 비해 발생 빈도가 늘어난 암들이다. 꼭 암이 아니어도 요즘 여성들은 예전에 비해 자궁내막증도 흔하고 난소나 자궁에 혹도 잘 생긴다.제노에스트로겐은 체내 화학작용이나 유전인자를 ..

지난 세월, 대한민국에서 MSG가 겼었던 운명은 실로 기구하다. 한때는 건강을 위협하는 화학 식품첨가물의 대표 주자로 오욕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연에 존재하는 안전한 물질로 인식되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명예 회복을 노리고 있다. 몇 해 전, 공중파 방송에서 MSG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MSG는 적어도 소금보다 안전한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방송의 핵심은 MSG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쇠고기나 콩에도 많이 존재하는 자연 물질이라는 것이다. 식품첨가물 MSG와 자연식품에 존재하는 글루탐산이 분자구조학적으로 별 차이가 없어서 안전하다고 강변하는데 실은 그 반대다. MSG는 식품업계의 주장처럼 분자구조학적으로 비교해 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뇌신경학적으로 들여다볼 필..

암 발병률이 출산율을 앞질렀다. 전에는 구경도 못했던 아이들 아토피가 등장했고 알레르기도 급증했다. 아무도 원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은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유전자가 급변했다.둘째, 병원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켰다.셋째, 환경이 급변했다. 유전자가 급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도 나쁜 방향으로?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병원균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 반면, 환경이 급변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니, 누가 뭐래도 환경은 바뀌었다.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봄에는 불청객 황사만 걱정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외출하기도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자폐증 증..